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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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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사진전, 소소풍경

세로로 촘촘히 획을 친 대숲에 한 사람이 앉아있다. 대나무 사이사이를 지나 온 바람이 앉은 이까지 한 두름으로 꿴 양 숲과 사람이 하나다. 한 순간이 긴 시절처럼 고즈넉이 흘러간다. 나무가 저물녘의 살얼음에 제 우듬지를 비춰보거나, 연못 속의 잉어가 수면 위로 난분분하게 떨어지는 눈송이 사이를 유영하는 순간은 더 짧다. 그 찰나 같은 순간 속에 설핏 영원이 엿보인다. 오는 8월 3일부터 8월 22일까지, 류가헌에서 전시되는 <소소풍경>의 사진 속 풍경들이다.

 이렇게 한 시절처럼 흐르는 순간들을 흑백사진 속에 선연히 담아낸 이는 사진가 이한구(42세) 씨다. 90년대의 대부분을 다큐멘터리 사진집단 <사실>의 구성원이자 월간 <사람과 산> 사진부에 몸담았던 이한구 씨는,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우리 땅 곳곳을 종으로 오르고 횡으로 걸으면서 그 노정 속에서 자신의 사진세계를 구축해왔다. 7년여 간 다닌 마을이 2천 곳이 넘으며, 백두대간, 호남정맥, 낙남정맥, 한북정맥 등 그의 발길이 닿지 않는 우리나라 산맥이 없을 정도다. 2000년대부터는 해외의 산들로도 행보를 이어, 카자흐스탄 톈산산맥의 칸텡그리(7010m)나 에베레스트 남서벽(8850m) 등을 등반하며 다큐멘터리 산악사진을 찍었다. 이 산악사진들이 현재진행형 작업이라면, 이번 <소소풍경>은 그동안 걸어온 노정의 첫번째 결과물이다. 

 <소소풍경>이 전시되는 곳은, 올 봄에 개관하여 ‘시간의 뒤편’(안홍범 사진전), ‘집시, 바람에 뿌리내린 꽃’(성남훈 사진전) ‘이상엽의 이상한 숲 DMZ’ 등을 기획 전시함으로써 짧은 시간에 옹골찬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갤러리 류가헌이다. 8월, 시인 함민복이 이한구의 이번 사진을 두고 이야기 한 ‘소소한 것들이 부르는, 깊은 울림의 노래’가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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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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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것들의, 깊은 울림

           - 이한구의 사진, ‘떼’의 미학

                                                                                                                                                     글 / 함민복 시인

떼(무리)란 말은 여린 것들에 잘 어울린다. 여린 것들의 무리는 쓸쓸하다. 생명체가 아닌 작은 물질들의 무리 또한 그러하다.

이한구의 작품은 무리를 향한다. 낱이 아닌 떼를 포착한다. 편편이 날리는 낙화, 물의 입자인 구름과 안개, 하늘을 나는 새 떼, 고목에 돋은 돌기들, 나무 한 그루가 아닌, ‘사람인(人)자로 가지 치며’ 뻗어 나가는 나뭇가지와 거기 매달린 무수한 잎이나 꽃을 향한 관심 등이 그것들이다. 
  
물거품이 있다. 단시간에 생멸하는 파도의 포말. 그 포말 속에서 투명한 기포들은 더 짧은 시간에 피고 진다. 연기(緣起)로 생성된 기포의 표면장력 위에 우주가 내려앉고 그 위에 무지개 빛이 어룽어룽 거렸으리라. 거대한 힘이 아닌, 터지지 않으려는 기포의 여린 힘을 통해, 존재란 무엇인가를 더 명료하게 깨달았던 것일까. 포말의 생성과 소멸의 짧은 시간을 통해 장구한 세월을 탐독해 낼 수 있었던 것일까. 
 
이한구는 무리를 통해 개체를 읽어내며 개체를 통해 세계를 해석한다. 공기의 비늘인 눈송이와 물의 비늘인 물고기가 상견한다. 물고기는 부레 속 공기를 움직여, 비린내 날 것 같은 눈송이를 맞는다. 물고기 비늘 같은 눈송이를, 눈송이 같은 비늘을 달고 있는 물고기가 읽는다. 어안이 벙벙하다. 눈송이들이 튀어 오른다.  
    
바위에 내려앉은 꽃잎들. 단단한 바위의 질감을 꽃잎은 뚫는다. 꽃잎의 가벼움에 바위의 단단함이 뒷걸음질 쳐, 꽃잎의 낙화는 진행형이 된다. 여린 것들, 무리 진 것들은 살아 움직인다. 무리 진 것들은 소소하다. 아니 소소함을 자인하고 들어간다. 티끌 속에 우주를 품어버린다. 그래서 소소한 것들의 노래에는 깊은 울림이 있다.

이한구는 선명함을 버려(바람에 흔들리고, 안개에 가려지고, 개체를 버리고 무리가 되는 등) 선명함 너머의 선명함에 닿으려 한다. 이한구의 길은 단오하고 차갑다, 마치 십자드라이버처럼. 이 낯선 명함의 징검다리를 건너보는 시선이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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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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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李翰九  Lee, Han Koo

1968년   서울생
1993년  신구전문대사진학과 졸업
1993-1997년 월간 <사람과 산> 사진부 팀장
1993-1998년 사진집단 <사실>
1997-현재 한국산악사진가회
2000-2002년 미국 LA 소재 아시아 아트 전문갤러리 <ICAF>운영
2002-2005년 (주)이산미디어 월간 <이마운틴> 사진편집위원
2002-2006년 출판프로젝트그룹 <樹流山房·수류산방> 사진 담당
2009-현재      photo studio 류가헌, 사진위주 Gallery 류가헌 운영

exhibition
1988년 <청산도> 출판문화회관
1989년 <섬진강을 따라서> 출판문화회관
1993년 <사진집단 -사실-전> 후지포토 갤러리
1999년 <한국산악사진> 세종문화회관
2000년 <한국산악사진> 세종문화회관
2002년 한·일 문화교류의 해 기념 <한·일 산악사진전> 주한 일본대사관 문화원
2002년 예술의 전당 <세계환경전> 프로젝트 공동기획
2004년 <다큐멘터리 18년만의 외출> 그룹전, 예총화랑
2009년 <소소풍경Ⅰ> 개인전,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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